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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얼빈...슬퍼서 아름다운 우리들의 이야기...(3)
    그냥 자유롭게 2023. 1.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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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드디어 저격합니다. 

     

    안중근은 러시아 병대 뒤쪽에서 이토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주악 소리가 커졌다.

    소리가 커지면 총소리가 묻힐 터이므로 유리한 조건이고

    러시아 의장대들의 부동자세도 불리한 조건이 아니라고 안중근은 생각했다.

    권총은 상의 안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이토는 더욱 다가왔다.

    러시아 군인들 사이로 두 걸음 정도의 틈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이토가 보였다.

    키 큰 러시아인들 틈에

    키가 작고 턱수염이 허연 노인이 서 있었다.

     

      저것이 이토로구나…… 저 작고 괴죄죄한 늙은이가…… 저 오종종한 것이……

     

      안중근은 러시아 군인들 틈새로 조준선을 열었다.

    이토의 주변에서 키 큰 러시아인들이 서성거려서 표적은 가려졌다.

    러시아인과 일본인들 틈에 섞여서 이토는 이동하고 있었다.

    이토는 가물거렸다.

     

      안중근의 귀에는 더이상 주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시, 러시아인들 틈새로 이토가 보였다.

    이토는 조준선 위에 올라와 있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가 방아쇠를 직후방으로 당겼다.

    손가락은 저절로 움직였다.

     

      총의 반동을 손아귀로 제어하면서 다시 쏘고, 또 쏠 때,

    안중근은 이토의 몸에 확실히 박히는 실탄의 추진력을 느꼈다.

    가늠쇠 너머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이토의 모습이 꿈속처럼 보였다.

    하얼빈역은 적막했다. - < 하얼빈, 김훈 >

     

    이토의 죽음은 세계적인 뉴스였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사용했던 브라우닝 M1900 권총입니다.

    그리고 이토의 죽음은 조선땅에도 전해졌습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돋보이게 할 기회로 삼습니다. 

    힘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드러낼 일본 여행 비용은 힘 없는 사람들한테 걷습니다.   

     

     

    지방 군수와 서생들 중에서 힘 쓰는 자들이

    사죄단, 위문단을 구성해서 일본으로 가면서

    그 여행 비용을 주민들에게 걷었다.

    발 빠른 자들이 모여서 이토의 죽음을 사죄하러

    일본에 가려고 13도 인민 도일渡日 대표단을 결성했다.

    - < 하얼빈, 김훈 > 

     

    서울의 무당들도 이토의 죽음을 위로합니다. 

     

    서울의 무당 수련壽蓮은 태황제의 총애를 입어서

    궁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대궐을 드나들었다.

    수련은 원구단에서 가까운 자리에 굿판을 벌이고

    노래하고 춤추어서 총 맞아 죽은 이토의 혼백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빌었다.

    태황제는 늘 수련에게 상금 명목으로 많은 돈을 주었다.

    이날 굿판에 육백여 명이 모여서 먹고 마셨는데,

    비용은 모두 수련이 자비로 부담했다. - < 하얼빈, 김훈 > 

     

    그리고 대한제국의 황제 순종은 자신의 살 길을 찾습니다.

     

    조선 팔도는 고요했다.

    순종은 그 고요의 바닥이 두려웠는데,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순종은 살길을 생각했다.

    조선의 살길과 황실의 살길과 백성의 살길은

    겹치고 또 부딪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순종은 메이지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냈다.

     

      —오늘 이토 공작이 하얼빈에서 흉악한 역도逆徒에게 화를 당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통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삼가 위로를 보냅니다.

     

      순종은 전문에서 한국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차마 한국인이라고 쓰지 못하는 심정을

    메이지가 헤아려주기를 순종은 바랐다. -

    < 하얼빈, 김훈 > 중에서

     

    이토의 시신은 이완용이 대신들을 데리고 대련까지 가서 일본으로 보냅니다. 

     

    대련역에서 관동군 의장대 1개 중대가 이토의 시신을 영접했다.

    이토의 시신은 대련에서 입관되었다.

    군의관들이 시신을 호텔 별관으로 옮기고 유해에 방부제를 주사했다.

    유해가 담긴 관은 포르말린으로 채워져 밀봉되었다.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이

    고위 관리들을 데리고 서둘러 대련으로 왔다.

     

      대련항에 정박중이던 군함 아키쓰시마秋津洲가 이토의 시신을 싣고 일본 요코스카항으로 떠났다.

    군함이 출항하기 직전에 이완용 일행이 군함에 올라와서 이토의 시신에 분향하고 절했다.

    아키쓰시마가 대련 외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의장대가 배 쪽으로 총을 받들었고 군악대가 주악을 울렸다.

    - < 하얼빈, 김훈 >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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