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 ...슬퍼서 아름다운 기록문...
    그냥 자유롭게 2022. 12. 25. 07:14
    728x90
    반응형

    김훈 작가님은 올해 안중근 의사님에 대한 이야기, '하얼빈' 주셨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았고 그런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겼을까 하는

    의문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습니다.

    위인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남은 그에 대한 책들은 있었지만...

    정말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수퍼 히어로 같은, 구국의 결단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훈 작가님은 우리 주변의 안중근이라는 보통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에게 죽임을 당했던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미 망하고 껍데기만 남은 제국의 황제에 대한 이야기도 남겨주었고

    망해버린 제국을 일본에게 계약으로 팔아 넘긴 당시 대한제국의 최고 엘리트들의

    이야기도 소소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슬퍼서 아름다운 기록문입니다.

     

    제가 감히 평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의미 있는 문장들을 조금씩 나누고자 합니다.

    100 전의 이야기들인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 다시 반복되는 해서입니다.


    이토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을 위협해서 퇴위시키고 차남 이척李拓을 그 자리에 세웠다.

    이척은 순종이고 황태자 이은은 순종의 이복동생이나 태황제로 밀려난 고종이 살아 있으므로

    이은은 황태제皇太弟가 아닌 황태자皇太子의 자리로 나아갔다.

    대한제국 순종...

    순종은 황위에 오른 뒤 국내 정치에 관하여 통감의 지도를 받기로 협약했다.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협약에 도장을 찍었다.

    순종은 황태자 이은을 일본 유학을 명분으로 인질로 삼으려는 이토의 강요에 저항하지 못했다.


    제2차 한일협약 때, 병력으로 조선 황궁을 포위하고 조선 황제와 대신들을 헌병으로 협박하기는 했지만,

    병력을 부딪치지 않고 도장을 받아내서 오백 년이 넘은 나라의 통치권을 인수한 이토의 역량을

    메이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었다.

    일본은 조선을 침공하지 않았다.. 이완용같은 엘리트 대신들이  계약서에 도장찍어 나라를 팔아넘긴 것이다.

    러시아를 도모할 때까지도 이토는 그것이 도장으로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으나,

    그후 조선 사대부들과 자주 상종할수록 이토의 뜻은 도장 쪽으로 기울었다.

    왕권의 지근거리에서 세습되는 복락을 누린 자들일수록 왕조가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갈 때는

    새롭게 다가오는 권력에 빌붙으려 한다는 사실을 이토는 점차 알게 되었다.

    도장의 힘은 거기서 발생하고 있었다. 


    도장을 찍어서 한 나라의 통치권을 스스로 넘긴다는 것은 보도 듣도 못한 일이었으나,

    조선의 대신들은 국권을 포기하는 문서에 직함을 쓰고 도장을 찍었다.

     

    도장의 힘은 작동되고 있었으나, 조약 체결을 공포한 후 분노하는 조선 민심의 폭발을 이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체 높은 사대부들이 비통한 글을 남기고 잇달아 자결했다.

    그들은 독약을 마셨고 물에 뛰어들었다.

    조선 황제는 자살한 신하들에게 표창을 내려서 충절을 기렸다.

    오백 년을 지탱해온 나라의 관리와 식자 몇 명이 치욕을 못 견디어 자결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토는 조선 사대부들의 자결이 아닌 무지렁이 백성들의 저항에 경악했다.

    왕권이 이미 무너지고 사대부들이 국권을 넘겼는데도, 조선의 면면촌촌에서 백성들은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서울의 통감부 집무실에서 이토는 날마다 주둔군 사령부에서 보내오는 폭민 대처 상황 보고서를 읽었다.

    정보참모는 여러 지역의 소요사태를 열거하고 문서의 말미에 상황개요라는 항목으로

     

    일파一波가 흔들리니 만파萬波가 일어선다

    산촌에서 고함치면 어촌에서 화답한다

     

    라고 써놓았다. 


    조선의 폭민들은 죽음에 죽음을 잇대어가면서 일어섰고 한 고을이 무너지면 이웃 마을이 또 일어섰다.

    기생과 거지까지 대열에 합세했다.

    무력집단이라기보다는 시위군중에 가까웠지만, 영명한 장한壯漢들이 지휘하는 부대는

    무장과 대오를 갖추고 주둔군을 위협했다.

    허튼 풍류기가 추접하기는 했지만, 주둔군 정보참모의 상황개요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영국인 배설이 경영하는 신문 대한매일신보가 이 폭민들을 의병義兵이라고 일컫고 기세를 부추겼다.

    통감부가 신문사를 겁박했으나 배설은 굽히지 않았다.

     

    조선이 문명개화되면 이 거친 백성들의 들뜸은 스스로 잦아들어 제국에 동화될 테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소요가 풍토병으로 눌어붙으면 조선 병합 정책은 순조롭지 못할 것이었다.

    무리가 되더라도 빨리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이토는 판단했다.  

    포로가 된 의병장 채응언님...

     

    728x90
    반응형
    LIST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