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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영화 '현위의 인생' 그리고 2022년그냥 자유롭게 2022. 11. 25. 07:43728x90반응형
한때 중국의 영화들은 꽤나 볼만했습니다..
꼭 주윤발과 같은 홍콩 느와르풍이 아니 라도 중국 본토에서 나오는 영화들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영화들 중 대부분은 5세대 감독들이 나이가 들기 전에 만들었던 영화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붉은 수수밭, 인생, 패왕별희 등은 아직도 충분히 뒤져서 찾아 볼 가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옛날에는 저 영화들을 보겠다고 줄 서서 표도 사고…
어제 있었던 일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 때 영화들은 요즘 중국 영화들 하고는 확실히 결이 달랐습니다.
요즘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보다 날라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고
맷 데이몬은 용을 잡으러 중국까지 오고..그리고 다들 영어를 그렇게 잘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렇게 꼭 보고 싶은 중국 영화들은 근래에 정말 1도 없었습니다.
기억을 뒤지다 보니…
첸카이거 감독이 91년인가에 만들었던 '현 위의 인생' 이라는 영화가 유독 생각납니다.
당시에 대학로에 있던 동숭 아트센터까지 가서 봤던 것 같습니다.
평생을 장인으로 살아가는 악공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은 천개의 줄이 끊어지면 눈을 뜰 수 있다는 사부의 말만 믿고 평생을 버텨갑니다.
수십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은 이 악공을 신화로 만들어 갑니다.
신화는 만들어져 가지만 사실 이 악공은 그저 보통 사람일 뿐입니다.
주점의 여주인을 보면서 흑심도 생기고 젊은 자기 제자를 시기하기도 하고
결국 천 번째의 현은 끊어졌지만 악공은 눈을 뜨지 못합니다.
수십년간 만들어져 왔던 악공의 전설은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립니다.
거대한 황하의 진흙탕 강물에 배를 띄우려는 중국의 인민들을 내려보면서
이제는 전설의 악공이 아니라 별 볼일 없는 노인이 되어버린 주인공은 마지막 노래를 부릅니다.
장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중국의 자연과 인생의 허무감이 뒤섞이면서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영화로 남아있습니다.
한참 후에… 혹시 이 악공은 마오를 의미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영화를 만들었던 첸카이거 감독은 2021년에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장진호'를 만들었습니다.
유엔군이 북한을 침략해서 중국이 도와준다는… 헐
나이 일흔이 넘어서 만든 영화입니다.
30년 전에 자신이 만든 영화속의 악공처럼 이제는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때 저에게는 중국 영화의 장인이었던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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